
(사진=Gettyimages 제공)
최근 일본 최대 해운사 NYK(Nippon Yusen Kaisha)가 그룹 역사상 최초의 여성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선장을 임명하며 글로벌 해운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성의 상급직 진출을 가로막던 ‘유리천장’이 견고한 LNG선 분야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자, 현대LNG해운과 SK해운 등 국내 가스 수송 전문 기업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NYK는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으로 꼽히던 LNG선의 성별 장벽을 허물고 지난 22일 그룹 최초의 여성 선장을 선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BW LNG(노르웨이·싱가포르 기반)가 지난 2018년 첫 여성 LNG 운반선 선장을 배출한 바 있으며, 말레이시아 국영 선사인 MISC 역시 2021년 자사 최초의 여성 LNG운반선 선장을 임명하는 등 변화가 이어져 왔다.
특히 이번 NYK의 행보는 아시아 해운업계에 던지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한국과 함께 유독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유지해 온 일본의 대표 선사가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해운 인력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LNG선은 고도의 전문성과 안전성이 요구돼 상선 중에서도 여성의 진입이 가장 늦었던 분야인 만큼, 이번 인사는 해양 산업 전반의 젠더 장벽을 허무는 주요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견고하던 관행을 보다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LNG선은 화물 관리의 위험성과 운항 난이도가 비교적 높아 일반 상선과는 다른 ‘특수선’으로 분류되며 그만큼 인력의 운용도 매우 보수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전 선종에 걸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특정 선종에만 국한됐던 ‘고난도 운항’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글로벌 화주와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을 중장기 경영 과제로 강조함에 따라, 해운업계 전반에서도 성별 다양성 확보를 경쟁력의 한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HMM이 한국 국적선사 최초의 여성 선장을 컨테이너선에 임명한 사례는 국내 해운업계의 인력 운용 방식에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보수적인 LNG선 분야에도 실무 역량 중심의 인사 체계가 필요하다는 화두를 당시에 이미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여성 LNG선 선장이 탄생하지 않은 상태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25년판 한국선원통계연보(2024년 말 기준)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 분야에서는 여성 선장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으나 LNG선 선장 직급은 여전히 남성 인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1급 항해사 면허를 딴 뒤에도 LNG선 전용 화물창(선박 내 탱크) 관리 등 특수 직무 숙달을 위해 수년간의 추가 실무가 필수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현대LNG해운과 SK해운 등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여성 항해사들의 숙련도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여성 LNG선 선장 임명 소식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해운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대한 밸브를 직접 돌려야 하는 등 높은 육체적 강도가 요구돼 여성이 배제되는 편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디지털화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한 시대”라며 “정밀한 운용이 필요한 LNG선 분야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