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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는 바다의 배달기사…도전으로 편견 깼죠"

 

■여성 항해사 김승주 우양상선 선장
여성채용 해운사 없고 동승거부도
힘 부족하면 두세 배 더 뛰어다녀
리더십이란 명령 내리는 게 아니라
선원과 신뢰 쌓으며 함께 가는 것
청년에게 도전하는 삶 보여주고파

김승주 우양상선 선장이 조타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승주 선장

김승주 우양상선 선장이 조타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승주 선장
[서울경제]

“여성 항해사라서 힘들 것이라는 시선과 편견은 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업무에 임하는 태도입니다.”

10년째 바다를 누비며 화물선을 지휘하는 김승주 우양상선 선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해사는 바다의 배달 기사”라며 “인도양·대서양·태평양을 오가며 1년 중 육지에 머무는 시간보다 바다에 있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항해사라는 직업이 생소한 독자들에게 현실을 알리고 후배들에게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해운 무역의 리더 항해사’를 최근 출간했다. 김 선장은 앞서 에세이 ‘나는 스물일곱 이등항해사입니다’와 자기계발서 ‘오진다 오력’을 펴낸 바 있다. 김 선장은 자신의 세 번째 책 ‘해운 무역의 리더 항해사’에 대해 “단순 직업 설명서가 아니라 바다에서 부딪힌 수많은 도전과 리더십, 그리고 해운·무역 산업의 현실과 비전을 담았다”며 “젊은 독자들에게 도전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집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에서 원고를 쓸 여유가 없어 휴가 중 카페와 서점에 틀어박혀 하루 8시간씩 글을 썼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 앞에서 원고를 붙들고 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간단히 메모를 한 뒤 육지에서 풀어내는 방식이었다”며 “승선 중 낮에는 선박을 지휘하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봤다”고 고단한 출간 과정을 회상했다.

책 제목에 담긴 ‘리더’라는 단어는 그가 강조하는 항해사의 핵심이다. 김 선장은 “리더십은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선원들과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며 “리더란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 그중에서도 선원들을 대표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선장이 갑판 위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 제공=김승주 선장

김승주 선장이 갑판 위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 제공=김승주 선장

김 선장이 항해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세 살 터울 오빠가 기관사가 되면서였다. 그는 “모험을 좋아하는 성향 덕분에 배 타는 일에 대한 매력을 느껴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에 진학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았다”며 “취업 과정에서도 여성을 채용하는 해운사가 거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배에 오른 후에도 편견은 존재했다. 그는 “어떤 선장은 여성 항해사와 함께 배 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해 그럴 때마다 배려와 성실함으로 편견을 깨고자 했다”며 “힘이 부족하면 공구를 들고 두 번, 세 번 반복해 일을 하면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운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김 선장은 “탄소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이 늘고 초대형 선박 중심에서 중형선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 미중 갈등과 전쟁 리스크로 인해 항로와 공급망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발전도 항해사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 그는 “선박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한창이어서 앞으로 항해사 수는 줄겠지만 육상 컨트롤이나 기술 관리 등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항해사가 바다에서 쌓은 경험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해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김 선장은 낭만보다 현실을 먼저 직시하라고 조언했다. 배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고립된 환경에서 스스로 단단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항해사 일이 쉽지는 않지만 힘든 시기를 버텨낸 후 찾아오는 보상은 남다르다”며 “2~3개월 휴가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데 나는 여행도 하고 책도 썼고 직장인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고 전했다.

김 선장은 인터뷰 말미에 최근 세운 인생 목표를 공개했다. 선장으로서 지식을 더 쌓으며 안전하고 즐거운 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나만의 선장 매뉴얼과 실무 지침서를 만들고 휴가 중에는 항해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팟캐스트 방송도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승선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항해사라는 직업을 알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정욱 기자(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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