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바다를 가르며 섬과 섬을 오가는 통영시 어업지도선 '통제영호'. 그 조타실에는 누구보다 빠른 판단력과 책임감으로 통영 앞바다를 지키는 여성 항해사가 있다.
통영시 수산과 어업지도팀 소속 김주리(31) 주무관은 지난해 취항한 57톤급 어업지도선 '통제영호'의 1등 항해사로 근무하며 어업질서 확립과 시민 안전을 위해 하루하루 바다를 누비고 있다.
김 주무관은 "매일 같은 바다는 없다"며 "기상과 파도, 출항 시간이 모두 달라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제영호는 선장과 기관장, 사수, 1등 항해사 등 4명이 한 팀을 이뤄 운영된다. 통영의 크고 작은 섬은 물론 가두리 양식장과 해상 현장을 오가며 불법어업 지도·단속, 행정지원, 안전점검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욕지도를 비롯한 원거리 섬을 자주 찾는다. 일반 여객선으로 약 2시간이 걸리는 욕지도도 행정선은 약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어 긴급 행정 업무와 현장 대응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주무관의 하루는 정박 상태를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관과 장비를 꼼꼼히 점검한 뒤 출항해 섬 지역을 순회하며 불법어업을 지도·단속하고, 귀항 후에는 사무 업무와 수산시장 점검도 이어진다. 금지 어종 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오는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홍보에도 적극 나서며 어업인의 안전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김 주무관이 처음부터 항해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해군의 도시인 창원시 진해구에서 성장한 그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참가한 '독도' 글쓰기 대회 수상을 계기로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해양경찰 공무원이 되고 싶어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실습선을 타며 3급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절감하면서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바다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공직에 입문한 뒤 읍·면 행정선을 비롯한 다양한 선박에서 경험을 쌓으며 항해사로서의 역량을 키웠고, 지난해 통제영호에 발령받으며 정식 1등 항해사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 시절 실습선 생활은 지금도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 주무관은 "실습생들과 함께 힘든 과정을 하나씩 이겨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혼자였다면 버티기 어려웠겠지만 서로 의지하며 성장했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즐거웠던 대학 생활과 현장 경험들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항해사나 해양경찰 공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는 무엇보다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수업과 실습에 성실히 임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충분히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바쁜 업무를 멈추고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선배들과 동료들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남성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항해사의 세계. 그 바다 한가운데에서 김주리 주무관은 묵묵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무기로 통영의 바다를 지키고 있다. 오늘도 그녀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한 바다를 위해 통제영호의 키를 굳게 잡고 새로운 항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